겁없이 흉내내기
혓바늘이 돋다.
스푸트니크!
2004. 10. 23. 10:19
입 속에 바늘이 자란다. 꿰매고 기워야 할 수 많은 말들을 품은, 입 속에 바늘을 키운다. 조각되어 제 자리를 잃고 부유하는 말들을 이어붙여 매듭 지으려, 입 속에 바늘을 키운다. 구멍 난 양말을 기우 듯 구멍 난 말 속에 들이닥칠 바람을 막으려, 입 속에 바늘을 하나 키운다. 그 바늘이 입 속을 찌른다. 말의 파편들을 조심하며 내보일때마다 그 바늘이 흐물대는 입천장을 찌른다. 붉게 시린 잇몸을, 썩어가는 사랑니를 찌른다. 구멍 휑한 말 속을 아프게 찔러댄다. 비린 피가 검게 쏟아지고 피맺힌 말이, 아픈 말이 너에게로 쏟아진다. 내 입 속에, 화살처럼 바늘이 자라나 네 심장으로 날아가 꽂힌다. 네 가슴이 아픈 건 내 입 속의 바늘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