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
2004. 5. 18. 10:20
| 탁~탁~탁 칼질하는 소리.
보글보글 뚝배기 끓는 소리.
딸그락딸그락 그릇 만지는 소리.
그 소리에 잠을 깼네요.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시느라 분주하면서도
그 소리에 제가 너무 일찍 깰까봐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어제는 집에 들어갔더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고요.
부침개를 부쳐놓고 저를 기다리고 계십디다.
접시 통째로 놓고 둘이서 마주앉아 부욱~부욱~ 찢어 먹었습니다.
맛있고,
그리고 행복했어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걸 드시게 한답시고
피자며 스파게티를 사드리고도
혹여 입맛을 고려하지않고 내가 먹고 싶은 걸 핑계삼아 먹은 건 아닌지..
좋아하시는 아이스크림을 큰통으로 사면서도 어떤맛을 살지 묻지도 않았고..
옷 하나 장만해 드리면서 은근슬쩍 지갑 사정을 걱정하고 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분 앞에선 언제나 반성뿐입니다.
이제 반성을 담아 언니에게로 바톤을 넘기고
내일은 다시 동생에게로 넘어가겠죠.
이런 반성들이 점점 줄어들고
보람으로 커져가기를 그저 바랄 뿐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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