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고싶어.

어쩌다 한 번 쓰는 감질나는 일기. ^^;

스푸트니크! 2004. 4. 17. 16:07
아무도 잡는 사람이 없어서.. 동네 한바퀴 휘적휘적 댕기다가
시장구석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치약하나, 부탄가스 하나 사들고 집으로 왔다.

부엌 한쪽에 남아있던 캔맥주 하나랑 병맥주 하나랑 콘칩을 들고 방으로..
아랫목에 푹 감싸놓은 청국장 단지처럼 이불을 칭칭 감고서
구릿하니 잘 숙성된 주정뱅이가 되서 맥주를 마신다.
스텐드 하나만 킨 채 좁은 빛에 선택받은듯 낭만적으로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본다.

"그래도 아직은 절망적이지 않아..."
라고 읊조리는 절망적인 사람처럼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손가락에 잔뜩 힘을주고 책장을 넘긴다.
폼생폼사여라..
혼자 있으니 맘껏 폼생폼사여라...ㅎㅎㅎ

끔찍하게 평범하지 않은 생을 살고, 그 생을 닮은 괴상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글을 읽는다.
괴상도 하여라..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떠보니 새벽 1시 30분.
그제서야 전기장판을 꽂고 스텐드를 끄고 본격적으로 잔다.
그러나 이제 잠은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멀찌감치 가버리고 없다.

머리가 너무나 맑은 것이 커피 한잔 마시고 자다 일어난 것 같다.
내가 마신것이 맥주였는지 커피였는지 갑자기 막 헷갈리기 시작하고..
기억나지 않은 걸 보니 술은 술인가 보다라고 결론졌다. ㅡㅡ;

다시 책을 펴고 끔찍한 생과 끔찍한 그림을 본다.
괴상도 하여라...

그러다 불을 끄고 다시 눈을 감지만..
잠들기 전에 알람이 울린다.
이제 내일은 오늘이 되서 내 앞에 턱 버틴다.

오늘..
이상하게 하나도 안 피곤하다.

어제 마신게 커피였는지.. 맥주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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