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잡는 사람이 없어서.. 동네 한바퀴 휘적휘적 댕기다가 시장구석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치약하나, 부탄가스 하나 사들고 집으로 왔다.
부엌 한쪽에 남아있던 캔맥주 하나랑 병맥주 하나랑 콘칩을 들고 방으로.. 아랫목에 푹 감싸놓은 청국장 단지처럼 이불을 칭칭 감고서 구릿하니 잘 숙성된 주정뱅이가 되서 맥주를 마신다. 스텐드 하나만 킨 채 좁은 빛에 선택받은듯 낭만적으로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본다.
"그래도 아직은 절망적이지 않아..." 라고 읊조리는 절망적인 사람처럼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손가락에 잔뜩 힘을주고 책장을 넘긴다. 폼생폼사여라.. 혼자 있으니 맘껏 폼생폼사여라...ㅎㅎㅎ
끔찍하게 평범하지 않은 생을 살고, 그 생을 닮은 괴상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글을 읽는다. 괴상도 하여라..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떠보니 새벽 1시 30분. 그제서야 전기장판을 꽂고 스텐드를 끄고 본격적으로 잔다. 그러나 이제 잠은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멀찌감치 가버리고 없다.
머리가 너무나 맑은 것이 커피 한잔 마시고 자다 일어난 것 같다. 내가 마신것이 맥주였는지 커피였는지 갑자기 막 헷갈리기 시작하고.. 기억나지 않은 걸 보니 술은 술인가 보다라고 결론졌다. ㅡㅡ;
다시 책을 펴고 끔찍한 생과 끔찍한 그림을 본다. 괴상도 하여라...
그러다 불을 끄고 다시 눈을 감지만.. 잠들기 전에 알람이 울린다. 이제 내일은 오늘이 되서 내 앞에 턱 버틴다.
오늘.. 이상하게 하나도 안 피곤하다.
어제 마신게 커피였는지.. 맥주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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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글어쩌다 한 번 쓰는 감질나는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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