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날 나날.

손을 잡고 걷는다.

스푸트니크! 2004. 7. 8. 15:44

두 사람이 서로의 손을 꼭 마주잡고 걷는다는 것은

상대에게 나의 체온을 나눠주며 상대의 체온을 확인하는 행위이며,

좀 더 가까이 존재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며,

상대에게 그의 존재를 확실히 하는 행위이며,

따라서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표시가 된다.

 

손을 맞잡고 걷는다는 것은 두 사람사이가

거리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된 만인에게

그 친밀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있음을 보임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손 잡고 걷는 사람들'의 유형은 대개의 경우

여자친구사이, 연인사이, 부부사이, 부모와 자식사이이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경우가 있지만

그 경우에도 그들은 서로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사이가 그렇다.

 

손을 꼭 잡고 걷는 두 사람을 봤다.

 

그 두 사람은 위에서 말했던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사이는 분명 아니다.

그 두 사람은 모두

남.자.다.

 

그 두 사람중 어느 누군가가 너무나 남자같은 여자이거나,

아니면 두 사람 다 너무나 남자같은 여자들일지도 모르나

그렇게 생각하기에 두 사람은 너무나 '완벽한' 남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잠시 장난으로,

혹은 악수와 같은 의미로,

혹은 어떤 굳은 의지의 표현으로 잠시 손을 꾹 잡은 것이 아니라

나의 시야에서 사라질 긴 시간동안 계속 맞잡고 그렇게 걷고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같이 그들을 본 사람들도 그들을 이상히 여기며 웃는다.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음일테지..

그들은 분명 남자 동성애자들일 것이라는..

 

그들이 실제로 그러하든, 그렇지 않든

이런 시선들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떳떳하게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커밍아웃을 한 연예인이 있고

성전환수술을 했음을 오히려 무기로 들고 나온 연예인도 있는 그런 세상이지만,

그들이 그만큼 당당히 고개 들고 세상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귀를 막고, 눈을 막아왔을지는 짐작키 어렵지 않다.

자신에게만 해를 끼치는 죄(?)를 짓고도 '공공의 적'인 듯 여겨지며

극소수인으로, 주변인으로 저 밑으로만 침잠하여 왔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동성애자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편협한 시선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우도 경계해야 할 것 또한 분명하다.

우리가 흔히 정상적이라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부터

멀리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처음의 웃음은 사라지고

'안됐다..'라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그들의 외로움이 짐작이 되므로,

그들의 괴로움 또한 짐작이 되므로..

 

그러나

어찌보면 '안됐다'라는 생각 자체가 더 그들을 슬프게 할지도 모를 일,

그 생각은 이미 그들을 정상이 아닌

어떤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쯤으로 여긴다는 증거일테니..

 

그들은 '참 안된 사람'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는 사람'임을

정상적으로, 당연히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그들이 어떤 사이로,

어떤 이유로,

그리 두 손을 맞잡고 걷는 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나 혼자서 별스럽게 이런 생각을 해봤다.

고로,,, 하나도 정리가 안되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