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보았지.

불빛이 나오는 귀이개

스푸트니크! 2004. 5. 12. 12:17

귀이개.

 

귀속 이물질을 파내는 기계.

 

 

귓 속은 캄캄하니까

 

이리저리 귓볼을 잡아 당기면서

 

불빛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해야만 하는 제거작업.

 

 

듣지 말아야 할, 간직되지 말아야 할

 

수 많은 말들을 걸러 찌꺼기로 남은 귓속 쓰레기.

 

 

이제는 그 귀이개에서 불빛이 나온다.

 

환하게 불이 켜진다는 귀이개를 보며

 

혼자인 내가 저 귀이개를 쓰면

 

누구를 위한 불빛인가를 생각했다.

 

 

홀로 귀를 파내야 하는 사람의

 

외로움에

 

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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