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보았지.

[스크랩] 클래식 청국장

스푸트니크! 2005. 7. 18. 13:33

집으로 가는 길,

상설시장처럼 노점상이 죽~ 늘어선 골목을 지나갔다.

생선가게, 야채가게, 떡볶이집, 양말가게....

딱히 살 건 없지만 구경하며 지나가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무심히 특별할 것 없는 시선으로 구경하며 지나가다

어? 하고  내 발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다.

 

"클래식 청국장"

 

청국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결코 연상하기 힘든 '클래식'이란 단어가 붙어있었다.

어찌된 영문으로 클래식이란 말이 붙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길거리 노점에서 좌판을 하시는 아주머니의 감성에 감동도 받고

그 맛도 궁금하고...

내친김에 한 덩이 사볼까도 싶어서 가던 발걸음을 돌려

'클래식 청국장'이 있는 가게로 갔다.

 

뭔가 포장을 특별히 했던가,

그 맛이 더 깊고 진한 비법이 있던가,

뭔가 고급스러운 제품에 대한 아주머니의 자랑스러움과 당당함이 잔뜩 밴

장황한 설명을 기대하며 '클래식 청국장'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그 곳엔 그 이름도 당당한

"재래식 청국장"만 있었다. ^^;

 

얼핏 스쳐가다 '클'자는 못보고 '래식 청국장'만 보고는

퍼뜩 떠오른 것이 '클래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 순간 나는 클래식 청국장에 열광했던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

 

얼마 전,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요즘 "웅진"에 다닌 다는 말을 듣고는

나의 "출판사?"라는 물음에 

그 친구는 "아니, 정수기랑 비데."라고 답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은 아닐까..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 기억속의 그 무엇은

무엇을 보고 싶었고

무엇을 기억하고 싶었는지의 증거물일 지도 모른다.

 

내 맘대로 보고, 내 맘대로 기억해버린 

내 머릿속의 수많은 클래식 청국장들... 

출처 : 끝나지않은 스푸트니크호의 우주
글쓴이 : 스푸트니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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