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보았지.

[스크랩] 그리움이라는 것...

스푸트니크! 2005. 5. 28. 12:22
"아무것도 안그리워하면 무슨 재미로 살겠수?"


박완서씨의 소설 [그 남자네 집] 중 한 구절입니다.

어떤이는 끊임없이 그리운 게 사랑이라고도 하고,

어떤 시인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도 하지요.

무언가를,

그게 사람이건, 장소이건, 어떤 사건이건, 어느 한 시기이건

특별하거나 딱히 특별하지도 않은 기억이건간에

그리워할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살아가다 가끔 등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쉬게할 수있는

의자 하나 갖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랜만에 집에 전화드렸다가 아빠가 수술 받으셨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망연히 앉아있었습니다.

전화를 드리지 않았더라면 수술 사실도, 편찮으신 것도 모르고

그저 봄날이 눈부시다... 봄꽃이 곱다... 망나니 같기만 했을 생각에 가슴을 쓸어냅니다.

편찮으신 아빠를 생각하다

말도없이 학교에서 친구집으로 곧장 가서 부모님을 걱정시켜드리다

어두워진 후에야 집에 들어갔다

갖고계신 막대기로 머리를 딱~ 한대 맞고서 눈물을 찔끔 냈던

열한 살적

그 때 유일하게 아빠에게 맞았던 기억이 나서,

볼록하니 만져지던 혹이 생각나서,

그때의 젊고 활력있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서...,

막대기로 가슴을 얻어맞은 듯이,

가슴 한쪽에 혹이라도 난듯이

저릿하니 아픔이 하나 생겼습니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건 사랑 잘못이 아니라 흘러가는 세월의 위력이라고도 하지만

야위어가는, 쇠락해가는, 늙은 짐승같은 아빠에게만은 세월의 위력이 비켜가주기를 바라는

허망한 생각이 밤잠을 물리칩니다.
출처 : 대전 행복.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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