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이 흉내내기

두 번의 산고를 거치고 서른을 맞다.

스푸트니크! 2004. 4. 20. 14:09


어미의 살을 찢고 태어난 것들은 모두 한 개의 삶을 가진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렇고,

우리 할머니가 그렇고,

우리집 똥개 개털이가 그렇고

내가 그렇다.



한 개의 삶을 가진 것들은 모두 한 번의 서른을 맞는다.

총 맞아 죽은 황제 대통령도 그랬고,

나이 어린 시앗을 봐야 했던 불임의 할머니도 그랬고,

동네 잔치에 쓰이지 않았다면 평생 새끼를 베고 낳았을 개털이 어미가 그랬고,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오늘 나는 한 개의 서른을 갖고도

두 번째 서른의 생일을 맞았다.

우리 엄마는 오늘도 한 달 전처럼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쑤시리라.


희망적인 고독과의 결혼은 미뤄놓고

절망적인 추억의 수의를 서둘러 준비한다.

'겁없이 흉내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평선에서  (0) 2004.04.20
눈(雪)이 지면 피어나는 꽃으로..  (0) 2004.04.20
넓은 방  (0) 2004.04.20
개와 나  (0) 2004.04.17
가을타기  (0) 200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