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넓어졌다.
욕심처럼 터질듯이 부풀어오른 몸뚱이를 누이고도
늦은 밤, 술에 취해 사람에 주려져 찾아든 친구에게
라면 한 상 차려주고 훌쩍이며 꿀떡꿀떡 라면국물을 마시는 걸
멀리서 그저 바라 볼 수 있을 만큼
방이 남는다.
외로움이 흥건한 청바지 두 벌을 맘 떠난 연인처럼 멀찍이 누이고도
수선스레 늘어놓은 책들이 어지러운 발자국처럼 돌아다녀도
무심한 연인을 건드리지 못할 만큼이나
방이 남는다.
이 방을 다 채우려면 얼마나 더 고독해져야 할까
이 방이 꽉 차려면 얼마나 더 그리워해야 할까
넓은 방이 어디에도 없는
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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