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이 흉내내기

넓은 방

스푸트니크! 2004. 4. 20. 14:14

방이 넓어졌다.

 



욕심처럼 터질듯이 부풀어오른 몸뚱이를 누이고도

늦은 밤, 술에 취해 사람에 주려져 찾아든 친구에게

라면 한 상 차려주고 훌쩍이며 꿀떡꿀떡 라면국물을 마시는 걸

멀리서 그저 바라 볼 수 있을 만큼

방이 남는다.

 

 


외로움이 흥건한 청바지 두 벌을 맘 떠난 연인처럼 멀찍이 누이고도

수선스레 늘어놓은 책들이 어지러운 발자국처럼 돌아다녀도

무심한 연인을 건드리지 못할 만큼이나

방이 남는다.

 


이 방을 다 채우려면 얼마나 더 고독해져야 할까

이 방이 꽉 차려면 얼마나 더 그리워해야 할까


 

넓은 방이 어디에도 없는

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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