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보았지.

혼자서 술 마시기.

스푸트니크! 2004. 7. 5. 11:59

꽤 간만에 혼자서 술을 마셨다.

 

전에는 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를 즐겨했더랬지.

 

 

다들 호프집에 떼로 모여 앉아 응원하면서

 

웃으며, 떠들며, 부둥켜 안으며 축구를 볼 때도 

 

집에서 되지도 않은 참치찌개를 한 뚝빽 끓여 소주를 마시기도 했고,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한개에 백원하는 불량과자를 한 보따리 사들고 와

 

이 과자가 지금도 있구나,

 

끈질긴 생명력이로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엄마가 먹던 그 불량과자를 집어 들고는

 

그 달콤한 불량함에 까르르르 웃음을 지을테지...

 

추억으로 배부른 안주를 온 방에 깔아놓고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

 

 

그나마 작은 냉장고가 화장품 냉장고로 쓰이던 나날에

 

시골서 올라오신 엄마의 짐보따리를 풀어

 

비로서 음식으로 가득가득 메꿔지던 날,

 

엄마의 정성과 사랑으로 배부른 안주를 벗삼아 소주를 마시기도 했고,

 

 

빗소리가 유난히도 장쾌하게 들리는 처마끝을 바라보며

 

지리산 어느 계곡이려니...

 

발이 다 시리게 느껴지는 날에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

 

 

어제처럼,

 

창가에 걸터앉아 다리를 털레털레~~ 흔들어가며

 

비오는 여름밤에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유영하고 있을

 

스푸트니크호를 그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하고,

 

얼굴을 살살 간지럽히는 여린 빗방울에 여린 웃음을 지어도 보고,

 

아무리 두 눈 부릅뜨고 노려봐도 줄어들지 않는

 

기특한 카프리를 흐뭇해하면서 여전히 다리는 털레털레 흔들흔들~~ ^^  

 

낭만인지 청승인지 모를 이 짓거리(?)를 계속하고 있는 나를 위해

 

술을 마신다.

 

 

술 한 잔에 비와

 

술 한 잔에 별과,

 

술 한 잔에 엄마와

 

술 한 잔에 서른과,

 

술 한 잔에 모기떼와

 

술 한 잔에 가려움과,

 

술 한 잔에 사랑놀이와

 

술 한 잔에 부끄러움과,

 

술 한 병에 스푸트니크...

 

 

오늘은 오로지

 

술과 나만을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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