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 나는 지금 사막에 있어. 나한텐 네가 오아시스야. " " 나는 오아시스가 아니에요. 나는... 신기루에요. " 그대, 신기루에 속지 말지어다. 사막에서 길을 잃는 것은 오아시스에 대한 목타는 열망이 사막 저 너머에서 품어 올린 신기루 때문이니... 속지 말지어다. 토하고싶어. 2004.06.02
상습침수지역 그대라는 태풍이 휩쓸고 간 내 가슴 자리에 폐허만이 고여있다. 복구도 되기 전에 다시 찾아 온 태풍. 사랑이라는 달콤한 이름의 태풍에 대책 없이, 나는 상습침수지역. 겁없이 흉내내기 2004.05.28
기형아. 상처로 아픈 사람들, 아픔으로 성숙해진 사람들, 고통에도 웃을 수 있게 된 사람들, 생채기를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들 속에서... 죽일 듯 덤벼드는 시린 기억 하나 없이, 자다 깨 가슴을 쓸어내릴 슬픔도 없이, 생각하면 눈물 나는 아픈 사람 하나 없이... 상처투성이 세상을 상처 하나 없이 살아가는 나.. 겁없이 흉내내기 2004.05.25
자유 자유란 구속하는 대상의 부재 상태가 아닌 구속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적 마취 상태. 고로 자유란 혼자여서 갖게 되는 게 아닌 전 우주를 등에 업고도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환각증 때문에 갖게 되는 것. 약국에서도 팔지 않는 환각제. 어디서 찾을까. 겁없이 흉내내기 2004.05.21
사랑합니다. 탁~탁~탁 칼질하는 소리. 보글보글 뚝배기 끓는 소리. 딸그락딸그락 그릇 만지는 소리. 그 소리에 잠을 깼네요.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시느라 분주하면서도 그 소리에 제가 너무 일찍 깰까봐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어제는 집에 들어갔더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고요. 부침개를 부.. 오늘을 살아보았지. 2004.05.18
산이 허기지게 하다. 운 좋게 오전 근무만 하게됐다. 오후 시간이 완전히 공짜로 얻어진 셈이지. 그래서 산에 가기로 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계족산을 올랐다. 시간이 나면, 아무 것도 안하면 미칠 것 같은 날, 산이 고픈 날이면 근처 계족산엘 올라 갈증을 해소하곤했다. 오늘은 그 전에 가지 않았던 길로만 골라서 올라보.. 오늘을 살아보았지. 2004.05.15
불빛이 나오는 귀이개 귀이개. 귀속 이물질을 파내는 기계. 귓 속은 캄캄하니까 이리저리 귓볼을 잡아 당기면서 불빛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해야만 하는 제거작업. 듣지 말아야 할, 간직되지 말아야 할 수 많은 말들을 걸러 찌꺼기로 남은 귓속 쓰레기. 이제는 그 귀이개에서 불빛이 나온다. 환하게 불이 켜진다는 귀이개를 .. 오늘을 살아보았지. 2004.05.12
Love, hurt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 피가 나고 멍이 들었다. 파랗게 멍든 자국 가운데 붉은 하트가 선명하다. 사랑은 이렇게 아프게 오는 것일까... 오늘을 살아보았지. 2004.05.10
담배를 피우다. 담배라는 거. 피워봤다. 연기가 깊이, 폐 속 저 깊숙히, 폐를 지나 심장도 한 바퀴 돌아 피에 섞여 발가락 저 끝까지 몸을 한 바퀴 휘감아 돌게하고서 후우~ 한숨 쉬듯 토해내듯 공기중으로 돌려보냈다. 핑~하고 눈물이 돋 듯, 띵~하고 술기운이 돋 듯, 어지러웠다. 몽롱했다. 술을 한 잔 한 후라 더 그런.. 토하고싶어. 2004.05.03